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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2019.07.16] 작년 건설업 투자 고작 10억… 차남 회사 주식은 2283억어치 샀다
[서울신문, 2019.07.16] 작년 건설업 투자 고작 10억… 차남 회사 주식은 2283억어치 샀다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716003003&wlog_tag3=naver
입력 : 2019-07-15 22:40 ㅣ 수정 : 2019-07-16 17:26
[언론 사유화 시도 호반건설그룹 대해부] ‘富의 편법 대물림’ 뒤엔 문어발식 사업 확장
김상열(58) 호반건설그룹 회장이 ‘꼼수 승계’의 완성을 위해 더욱 맹렬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감사보고서 등 공시자료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매출은 줄고 미수금은 늘어나는 데도 주식 취득과 인수합병(M&A)을 통해 김 회장 자녀 3남매가 최대주주인 회사의 계열사는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반건설(연결재무제표 기준)의 매출액은 2017년 2조 6158억원에서 지난해 1조 606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분양 미수금은 4781억원에서 6271억원으로 1500억원 가까이 늘었고, 분양 선수금은 1063억원에서 331억원으로 줄었다. 2017년에는 전무했던 공사 미수금도 지난해에는 1231억원이나 발생했다.
1년 새 매출은 38.6%나 급감하고 미수금이 크게 늘었지만 정작 호반건설은 지난해 주력 사업인 건설업에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았다. 기업의 미래를 대비하는 투자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투자 활동 현금유출액’을 보면 지분법 적용(20% 이상) 주식 취득에 2500억원, 장·단기 금융상품 매입에 4400억원가량을 쏟아부었다. 반면 건설업과 연관된 지출은 시설장치 취득 2억원, 기계장치 취득 3억원, 공구와 기구 취득 5억원 등에 불과했다.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은 “호반건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미수금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영업활동이 안 좋아졌다는 의미인데 정작 영업활동을 개선할 수 있는 투자에는 심할 정도로 인색하다”면서 “심지어 연구활동 등 투자도 줄었는데 수천억원의 금융자산을 샀다. 이는 건설사의 본질적인 영업보다 계열사 확장과 같은 곳에 더 신경을 썼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호반건설이 김 회장의 차남인 김민성(25) 호반산업 전무가 90%의 지분을 갖고 있었던 호반산업의 주식을 2283억원어치나 사들여 19.59%의 지분을 확보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위원장은 “일반적으로 기업은 영업이익에 타격을 받으면 그 상황을 극복하려고 자사 시설 등에 투자를 하는데 호반건설은 오히려 회장 차남이 대주주인 호반산업 주식을 매입했다”면서 “회계상으로 보면 일반적인 경영 행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호반산업 자본구조 확충에 호반건설 자금이 투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호반건설은 2017년 퍼시픽랜드, 지난해 리솜리조트, 올해 서서울CC를 인수했다. 결국 리조트와 골프장을 인수해 지난해 1대 주주로 등극한 김 회장 장남 김대헌(32) 부사장에게 건설업 외에 레저 사업까지 안겨준 것이다.
김 회장의 장녀인 김윤혜(30) 아브뉴프랑 마케팅실장이 1대 주주인 호반프라퍼티가 지난달 가락시장 농산물 도매법인 대아청과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호반프라퍼티는 이미 2013년 호반베르디움과 베르디움개발, 에이치비건설 등을 합병해 사세를 키웠다. 차남 김 전무가 1대주주인 호반산업도 지난해 베르디움리빙과 베르디움하우징을 합병하면서 자산 규모가 1조 4101억원으로 1년 새 3871억원(37.8%) 증가했다. 올해 호반산업은 SG덕평CC를 인수하면서 레저업에도 진출했다. 20~30대인 3남매가 벌써부터 각각의 주력회사를 토대로 사세를 확장해 나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식의 ‘꼼수 승계’는 결국 그룹 전체의 부실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반산업이 요주의 업체로 지목된다. 호반건설그룹은 2016년 울트라건설을 인수해 호반산업과 합병시킨 뒤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줬다. 호반산업의 2016년과 2017년 매출액 중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44.4%, 49.4%에 이른다. 호반산업은 2017년 호반건설그룹이 대기업집단에 지정돼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되자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을 27.6%로 뚝 떨어뜨렸다.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았던 탓에 지난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1.8%, 70.9% 급감했다. 이윤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부연구위원은 “내부거래 의존이 높은 경영 행위는 자칫 부실의 전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그룹 경영에서 가장 쉽고 매혹적인 거래이자 승계 방식일 수 있겠지만 공정성과 적절성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룹사가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장하려면 그 사업을 맡을 사람이 스스로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총수가 자녀에게 인수합병으로 회사를 물려주면 그 사업이 잘되겠냐”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총수 일가가 소유한 회사들이 엮여서 그룹 덩치가 커지면 그중에 하나가 무너질 경우 다른 회사들이 지원하다가 다 같이 쓰러질 우려가 있다. 투자자는 물론 회사 직원들의 생계까지 달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총수 자녀들이 소유한 회사는 좀비기업이 되더라도 다른 계열사들이 도와주기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아 산업 구조 차원에서도 문제다. 김주현 서울대 시장과정부연구센터 연구원은 “꼼수 승계 자체도 문제지만 재벌 경제력 집중 현상이 커지는 게 더 큰 문제”라면서 “독과점 산업이 많아지면 소비자의 선택권은 줄고 가격도 오른다”고 비판했다. 그는 “호반건설그룹과 같은 편법 승계는 최근 구직난으로 힘들어 하는 청년들에게 더 큰 실망감과 허탈감을 준다”면서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면 청년들이 혁신적인 기업을 창업해 시장에 진출할 기회조차 사라진다”고 꼬집었다.
호반건설그룹의 인수합병을 이용한 가업 승계 방식은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공정경제에 반하는 기업 경영이어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이 즉각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사업 확장은 총수의 자녀들에게 다른 기업을 인수해 넘겨준 뒤 일감을 몰아줘 기업의 이익을 부당하게 넘겨주고 상속세를 회피하려는 사전 증여가 목적”이라면서 “공정위와 국세청이 엄격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사업으로 돈을 벌고 자녀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편법 승계를 하는 것은 중소기업 등 다른 업체들이 가져갈 몫을 뺏는 대표적인 지대 추구(공급량이 제한된 재화나 서비스를 독과점해 쉽게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라면서 “이런 행위는 비록 법 테두리 안에서 했더라도 사회적 관행 등으로 금지시켜야 건전한 시장 경제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호반건설그룹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재계에 우리 회사가 사업 다각화를 한다는 소문이 나서 M&A 물건이 나오면 우리가 찾아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먼저 갖고 온다”면서 “(김상열 회장) 개인의 자산이 아니고 법인이 갖고 있던 현금을 다른 자산인 주식으로 바꾼 것인데 상속과 무슨 관계가 있고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2019-07-16 3면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716003003&wlog_tag3=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