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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 2020.12.07][기획특집-기업징벌3법]④ 박상인 교수 “박주민案? 위험 몰자는 것”
[기획특집-기업징벌3법]④ 박상인 교수 “박주민案? 위험 몰자는 것”
http://www.news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91436
기자명 이상진 기자
- 입력 2020.12.07 13:02
- 수정 2021.01.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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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 목숨값으로 이윤 추구하는 건 문명국가 아냐...중대재해법 도입 필요
- 기존 산안법으로는 외주화 고리 못 끊어...4년 유예 법률안 무지에서 나온 것
- 집당소송법이 영업비밀 유출? 그럼 미국 기업 다 망했다...부끄러운 줄 알아야
-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기업의 기술 탈취 막아 중소기업 살릴 것
산업재해 사망률 OECD 1위 국가, 연간 10만 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국가, 매해 2천 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국가. 대한민국 산업재해 실상을 나타내는 다양한 지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선 모두 10만 9,242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2,020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산업재해 사망률 수치와 지표 너머엔 스러진 삶이 있다. “다녀올게”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우리네 아버지가, 주택청약계약금 때문에 근로하던 우리네 어머니가, 등록금 마련을 위해 건설현장에 뛰어든 청년이, 산업재해 사망률이라는 단어 속에 숨어있다.
지난 6월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여기에 최근 법무부가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입법예고하면서 이른바 ‘기업징벌3법’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확산하고 있다. ‘기업징벌3법’이 사업주와 경영자에게 과잉 책임을 지운다면서다.
뉴스포스트는 일곱 차례에 걸친 기획 기사를 통해 ‘기업징벌3법’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를 살펴본다. 1부와 2부에선 ‘기업징벌3법’ 논란과 이에 대한 노동계와 재계의 목소리를 전한다.
3부에선 중대재해법을 대표발의한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기업징벌3법’의 의의와 도입 취지를 듣는다. 4부에선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와 함께 ‘기업징벌3법’이 가져올 경제적, 행정적 효과를 살펴본다.
5부에선 이필우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를 만나 ‘기업징법3법’에서 논란이 되는 과잉처벌 등의 법적 문제를 짚어본다. 6부에선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을 통해 중대재해법 도입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살펴보고, 7부에선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에게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도입의 실효성을 따져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법률안은 심한 말이 나올 정도로 문제가 큽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을 4년 유예하자고 하는 건 가장 취약한 기업에 모든 위험을 몰아넣겠다는 논리죠.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무지하거나 나쁜 겁니다.”

박상인 교수는 중대재해법 등의 방점이 기업 징벌이 아니라, 혁신에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4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집단소송법, 징벌적 손해배상제(상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기업 징벌이 아니라, 기업 경영을 건전하게 만드는 혁신에 방점이 찍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년 동안 중소기업에 중대재해법 적용을 유예하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률안은 문제가 크다”고 했다. 이어 “중대재해법과 집단소송법,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기업 경영 활동을 옥죌 것이라고 주장하며 ‘충성 경쟁’하는 재계 협회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뉴스포스트는 박상인 교수를 만나 ‘기업징벌3법’ 도입의 경제적, 행정적 효과를 살펴봤다. 인터뷰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했다.
- 중대재해법, 도입해야 한다고 보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도입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목숨값으로 기업의 이윤을 추구한다면 문명국가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현실은 어떤가. OECD 국가 가운데 산재 사망률 1위다. 중대재해법 도입은 인권의 문제다. 기존 산업안전법으로는 안 된다. 근본적인 문제인 외주화를 해결하지 못해서다.”
- 중대재해법 도입을 놓고 “기업 경영을 옥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경제적인 측면을 봐도 목숨값으로 쉽게 돈 버는 방법을 막는다고 해서 기업을 옥죈다고 이야기하면, 그런 사람들은 기업가라고 할 수가 없다. 그건 고대나 중세 시대에 노예를 착취하는 사람들이지 않나? 그럼 ‘착취가’지 ‘기업가’가 아니다. 기업가는 혁신을 통해서 돈을 벌어야 기업가다.”
- 우리나라 산재 사망률이 높은 이유를 분석한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동안 위험의 외주화를 통해 손쉽게 돈을 벌었다. 가장 취약한 하청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숨값으로 이윤을 올린 거다. 대부분 노동자가 숙련되지 않은 청년들이었고. 이들의 죽음에 대해서 기업들은 몇 푼 안 되는 벌금만 내면 되니까, 이 죽음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중대재해법 도입으로 도급사업자에게 공동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하도급으로 위험을 외주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경영행태를 막는다.”
- 재계는 중대재해법이 사업주에게 과도한 처벌을 지운다고 우려하는데.
“중대재해법이 사고가 났다고 무조건 사업주를 처벌하는 게 아니다. 안전 매뉴얼에 따라서 해야 할 일을 했는지를 판단을 하는 거다. 사고 났다고 무조건 책임을 지우는 법이라는 건 세상에 없다. 안전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했는데 발생한 사고까지 처벌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보수적인 우리나라 법원도 그렇게 판단하지 않을 거다. 고의나 중과실이 있을 때만 처벌한다는 건데, 그걸로 기업을 옥죈다고 주장하는 건 본질을 호도하는 거다.”
-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중대재해법 법률안이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지.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4년 동안 중대재해법 도입을 유예한다는 박주민 의원 법률안은 중소기업 위하는 것 같지만 정말 간악한 법이다. 모르고 했다면 정말 무지한 거고, 알고 했다면 정말 나쁜 거다. 그렇게 하면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모든 위험을 몰아넣는 거다. 가장 취약한 회사,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정책을 쓰겠다는 말이다. 그래놓고 중소기업을 도와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박 교수는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중대재해법 도입을 유예하는 박주민 의원 법률안이 중소기업의 산재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집단소송법의 ‘소송 전 증거제시 제도’로 기업 영입비밀이 유출될 것이란 우려가 있는데.
“그럼 집단소송법이 활발한 미국의 첨단 기술은 다 유출됐나? (웃음)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증거제시 제도로 영업비밀이 유출될 우려는 100% 없다고 보면 된다. 어떻게 그런 억지를 부리면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아직도 우리나라 국민을 우매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 식으로 자꾸 우민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건데, 우리나라 기업가들의 전근대적 사고의 현주소라고 본다. 그런 주장으로 재계에 ‘충성 경쟁’하는 경총이나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 우리나라는 집단소송법이 증권 분야에 한정돼 시행되고 있는데, 지난 15년 동안 10건 정도의 집단소송이 있었다. 최근 5년 동안에는 한 건도 없었고. 이를 근거로 집단소송법을 도입해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증권 집단소송을 보면 피해자가 소송할 유인이 적다. 승소할 확률 자체가 그동안 굉장히 낮았다. 피해를 입증할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어서 그렇다. 현재 법무부의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보면 입증책임을 기업에게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집단소송법이 도입되면 증권 집단소송과는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소송 비용의 문제도 있다. 소송은 여러 가지 비용이 많이 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증권위원회에서 피해자에게 소송하라고 집단소송 비용을 대주고 있다. 인지액도 우리나라는 엄청나게 많다. 법무부 안은 인지액 부분이 빠져있다. 인지액은 다른 법에서 다루고 있는데, 이것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집단소송 활성화가 어려울 거다.”
-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우리 생활과 경제에 가져올 효과가 궁금하다.
“눈 오는 날 미국에 가보면 미국 사람들 모두 자기 집 앞에 눈이 쌓이기도 전에 빗질로 치운다. 미국 사람들이 부지런해서일까? 전혀 아니다. 자기 집 앞에서 누군가 눈을 밟고 다치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니까 그런 거다. 미국 카페에 갔을 때 내가 실수로 팔에 커피를 조금 쏟았더니, 직원들이 부리나케 달려와 팔을 닦으면서 괜찮냐고 묻더라. 미국 사람들이 친절하고 시민의식이 높아서? 아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때문에 그렇다.
노인 한 명이 실수로 자기 팔에 커피를 쏟은 뒤 맥도널드를 상대로 ‘맥도널드가 화상 위험을 알면서도 뜨거운 커피를 팔아서 팔에 화상을 입었다’고 소송을 제기하곤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5억 원을 배상받은 이후 그런 문화가 생겼다. 우리나라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통해 배상받는 사례가 생기면, 기업들이 중대 과실을 저지르지 않을 유인책으로 작동할 거라고 본다.”
-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가 버스나 기차표를 안 사고 타면 최대 30배까지 벌금 내지 않나? 왜 그거는 결사반대 안 하나. 그것도 비례처벌이 아닌데. 그건 처벌이 목적이 아니고, 부당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서 30배라는 벌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그렇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형벌이 아니라, 상법으로 규정해 민사 소송으로 유인을 주는 제도다.
일반 국민의 부당 행위를 억제하려면 30배를 때려야 되는데, 법무부 안은 기업에 최대 5배만 때린다. 법무부 안도 아쉬운 게 3배나 5배가 아니라,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상한선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 소송이 활성화되고 기업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유인 효과가 클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대기업의 기술 탈취를 막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는 박 교수.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면 법무팀이 없는 90% 이상 중소기업들의 경영이 위태로워질 것이란 분석이 있다.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하는 중소기업이라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오히려 도움이 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기술 탈취가 일어났을 때 왜 소송을 제기하지 않냐면, 징벌적 손해배상제 없이 소송하면 이겨도 얻는 게 없기 때문이다. 학생 가운데 아버지가 대기업 A전자 반도체 장비 쪽 중소기업을 했던 학생이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A전자에 기술 탈취를 당한 거다. A전자 측에서는 암암리에 뒷돈을 줬고 그렇게 무마됐다. 그 사건 당시에 학생 아버지가 ‘너희들은 열심히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삶을 살아라’라고 했다고 한다. 이게 우리 현실이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대기업의 기술 탈취를 막으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돼야 한다.”
- 끝으로 ‘기업징벌3법’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본주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을 추구하는 사회가 아니다. 경영혁신이나 기술 혁신을 통해서 이윤을 추구하는 게 자본주의다. 노동자를 착취하거나, 소비자를 착취하거나, 위험을 외주화하거나, 하청을 착취하거나, 카르텔 만들어서 담합하거나, 그런 방법으로 손쉽게 돈 벌게 해주는 게 자본주의가 아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그런 식으로 사업하기에 좋은 나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자본주의의 건전성을 생각한다면 중대재해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도입으로 경제의 건전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약력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서울대학교 경제학 석사/예일대학교 경제학 박사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위원
한국산업조직학회 편집위원회
반도체배치설계심의조정위원회 심의의원
미국 예일대학교 경제학과 초빙교수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