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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코노미, 2022.03.31] 복잡해진 ‘주주-경영자-직원’ 간 역학관계···“자본시장 정상화 과정”

작성자
유지원
작성일
2022-04-12
조회
535

복잡해진 ‘주주-경영자-직원’ 간 역학관계···“자본시장 정상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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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민우 기자(mw@sisajournal-e.com) | 승인: 2022.03.31 15:33


 


소액주주들, 주주가치 훼손 우려 시 경영진 및 노조 가리지 않고 쓴소리


포스코 주총에선 최정우 회장 '배당성향 약속' 지적···삼성전자 주총 서는 노조 관련 우려 나와


“더 성숙한 시장 되기 위해선 기관 투자자 역할 중요”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경영자, 주주, 직원들 이른바 기업경영과 관련한 주요 ‘스테이크홀더’(stakeholder : 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전통적인 역학관계가 깨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친기업 혹은 친노조와 같은 구도로는 설명할 수 없게끔 각 주체 간 관계가 복잡다변해지는 모습인데, 그만큼 시장경제 및 주주 자본주의가 무르익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국내 자본시장은 시장참여자 중 경영자, 특히 오너 중심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직원들은 ‘노조’라는 형태로 목소리를 내왔지만 주주들의 목소리는 사실상 묻혀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이 같은 흐름이 완전히 깨졌다. 주식시장에 개미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거 형식적으로 외치던 ‘주주가치 제고’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의견 표명에 거리낌 없는 이른바 MZ세대(80~00년대생) 주식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주주들의 목소리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의례적 행사 수준에 머물렀던 주주총회도 기업들로선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주요 이벤트가 됐다. 주주들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재계 인사는 “과거엔 주총 전 ‘주요주주’들을 신경 쓰느라 바빴다면 이제는 사실상 모든 주주들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 18일 열린 제 54기 주총에서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약속을 못 지킨 것을 지적하는 주주의 질문에 진땀을 빼야 했다. 당시 한 주주는 약속과 달리 배당금이 배당성향 30%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했고, 최 회장은 “배당정책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결정하고 정확하게 30%를 지급한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주주들의 행보가 과거처럼 친기업 혹은 친노동과 같은 이념적 잣대로는 해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주주가치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경영자에 대해선 쓴소리를 내놓지만, 회사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사내이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한다. 물론 오너일가 등이 우호지분을 바탕으로 이사에 선임되는 경우도 있지만,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면 주주들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스피 대형주들을 보유한 한 30대 자영업자 최아무개씨는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경영 잘하고 주주들 가치만 제대로 올려주면 된다고 생각하고, 늘 그걸 기준으로 회사를 판단한다”고 전했다.


 


주주들의 견제구는 성역이 없다. 주주들은 노조들의 이익 챙기기 움직임에 대해 적극적으로 견제하기도 한다. 지난 16일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선 노조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노조에 발목 잡히지 마라’, ‘노사 협의 시 주주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마라’ 등의 경고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노조는 연봉 1000만원 인상 등을 회사에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이익 챙기기 움직임과 관련해 주주들이 일종의 제동을 걸고 나서는 모습이다.


 


이와 반대로 노조 및 직원들은 고배당으로 주주들을 챙기는 것에 대해 불만을 내놓기도 한다. 한 4대 그룹 대기업 직원은 “돈 번다고 한해 고생했는데, 배당을 너무 많이 주면 내 입장에선 허탈하지 않겠느냐”고 푸념했다.


 


이 같은 변화와 관련, 주주 자본주의가 성숙해졌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시장 참여자들이 각자 목소리를 내고, 이를 서로 신경 쓰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시장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오너만 부각됐던 과거와 달리 시장 참여자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는 굉장히 건강한 변화”라며 “이제 자본주의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각 기업마다 특수 관계인들의 지분율이 높은 현실임을 감안하면 주주들의 목소리가 주총 표 대결에서 한계를 갖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능동적인 소수주주들이 늘어나면서 자본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우리 기업들 소유지배 구조를 감안하면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 역할, 그리고 MOM(Majority of Minority Rule : 지배주주 이해상충 안건은 비지배주주들 동의를 얻도록 하는 제도) 도입이 동반돼야 우리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