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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인 "문 정부, 재벌개혁 시도조차 안해…만만한 갑을관계 해소로 생색만"
경향신문(2018.12.26), 박상인 "문 정부, 재벌개혁 시도조차 안해…만만한 갑을관계 해소로 생색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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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공정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벌개혁이지만, 현 정부는 재벌개혁을 시도조차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내세워 갑을관계, 특히 프랜차이즈·대리점 문제에 집중했으며 어떻게 보면 다루기 가장 만만한 쪽을 골라 행정력을 동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정부의 재벌개혁을 비판했다. 그는 “재벌개혁이라고 부를 만한 제도개선은 전혀 손을 안 댔다”며 “정부의 재벌개혁은 실패가 아니라 개혁을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회사의 손자회사 보유 지분율을 현행(상장사 20% 이상, 비상장사 40% 이상)보다 10%포인트 올리는 방안은 약하다고 봤다. 이스라엘처럼 100%로 올리고 증손회사는 매각하도록 해야 대대적인 재벌개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되는 기업이 기존 순환출자를 갖고 있을 경우 의결권만 제한하기로 한 것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에 자발적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던 기존 순환출자 해소도 연말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박 교수는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한 공정거래법개정 정부안도 시행령에 있는 것을 법으로 끌어온 것에 불과해 강력한 재벌개혁 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치밀하지 못했던 공정경제 전략이 실패하면서 이제는 재벌에 손을 벌리는 신세가 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저임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등 3가지를 가지고 공정경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한국경제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다 잘 안 되니 갑자기 혁신성장으로 방향을 돌렸는데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공통으로 추진했던 사회간접자본(SOC)투자를 통한 경기부양, 이 셋을 다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두고 사실상 재벌개혁에 대한 포기 선언이라고 박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속도조절이라는 이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소득주도성장 폐기수순”이라며 “재벌들에게 SOC에 투자해달라고 부탁하며 건설경기 부양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동차산업이 위기라는데 차라리 현대차에 삼성동 한전부지를 정부가 되살 테니 그 돈으로 기술개발하라고 하는 게 순리에 맞지 않느냐”며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조기 착공을 돕겠다고 하면 현대차를 부동산 재벌로 키우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재벌에 호소한 설비투자에 대해서도 비관적이었다. 박 교수는 “몇달 전 삼성전자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약속했지만 내년 반도체 경기를 보면 추가적으로 설비투자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정부도 설비투자를 안할 것 같으니까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재벌들에게 SOC투자를 부탁한 것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재벌개혁은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처방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제조업 위기는 기업들이 혁신을 하지 못하고 가격 경쟁력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라며 “모기업과 친인척·가신그룹의 계열사로 이뤄진 재벌 대기업체제에서는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돼 혁신적인 신생기업이 진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개혁을 통해 재벌의 블록화를 풀고 경제력 집중을 완화해야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며 “네이버, 카카오 등 정보기술(IT)과 화장품, 인터넷게임 등에서 그나마 새로운 기업이 나오는 것은 재벌들이 블록화를 하지 못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재벌개혁의 마지막 기회로 내후년 총선을 제시했다. 그는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이 반대해서 재벌개혁을 못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면 총선 공약으로 내걸고 일감 몰아주기 금지, 은산분리 강화 등을 추진해 보라”며 “그러면 개혁연대가 구성돼 정부·여당을 도울 수 있겠지만 재벌들에게 세뇌된 지금 상태로는 그런 의지나 절박함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재벌개혁 실패에 따른 후폭풍도 우려했다. 그는 “잘못하면 노무현 정부보다 개혁세력이 더 심각하게 몰락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개혁을 안 해 실패한 것은 개혁세력의 실패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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