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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1.12.23] ‘나도 방역 패스 찍고 싶은데’…장애인에게는 너무 높고도 먼 QR코드

작성자
유지원
작성일
2022-01-15
조회
569

원문보기: ‘나도 방역 패스 찍고 싶은데’…장애인에게는 너무 높고도 먼 QR코드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 (hani.co.kr)


 


‘나도 방역 패스 찍고 싶은데’…장애인에게는 너무 높고도 먼 QR코드


김윤주 기자(kyj@hani.co.kr).  2021.12.23


 


QR코드 인증 때마다 휠체어 장애인들 소외감
“모두를 위한 방역 패스 인증 방식 필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뇌병변장애인 김시형(37)씨는 최근 식당이나 카페에 갈 때마다 방역 패스 큐아르(QR) 코드 찍는 곳의 위치를 살피고 한숨을 내쉰다. “보통 QR 코드 찍는 곳은 계산대같이 높은 곳에 있잖아요. 휠체어 타고는 찍을 수도 없어요.”


 


최근 방역 패스 강화로 식당이나 카페 등에 출입할 때 네이버·카카오 등 앱에서 큐아르 코드를 찍어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큐아르 코드를 찍는 휴대전화나 태블릿 피시(PC), 체온측정기 등이 대부분 비장애인이 서서 찍기 편한 위치에 설치돼 있어 장애인들이 불편을 호소한다. 장애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기기의 높이를 조절하고, 정부도 자영업자들에게 방역 물품 비용을 지원할 때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에게 맞춰 설치된 기기 앞에 설 때마다 소외감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김씨는 “가게들이 휠체어를 탄 손님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며 “QR코드나 기계식 체온측정기에 닿지 않아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코로나19 탓에 직원이 가까이서 접촉하는 걸 꺼리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백화점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 직원에게 부탁해야 하면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자꾸만 보이고, 자연스럽게 소외되는 느낌이 들어요.”


 


이들은 “계단과 문턱, 키오스크 등에 이어 장애인의 접근권을 제한하는 게 하나 더 생긴 셈”이라고 말한다. 경사로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거나 키오스크가 높은 곳에 설치된 경우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 이민호(38)씨는 “키오스크처럼 QR코드를 찍는 태블릿피시(PC) 등도 높은 곳에 설치돼 있어 직원이나 동행한 비장애인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 갔는데 직원이 바빠 보이면 부탁하기도 어렵다”며 “자동으로 체온을 재는 열화상 카메라는 휠체어를 타면 화면에 얼굴이 안 잡혀 아예 인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예방접종 증명서나 예방접종 스티커로도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방문 등록을 위해 큐아르 코드를 요구하는 가게도 많다. 시각장애인 조영관(64)씨는 “혼자서 QR코드를 찍을 수 없어 불편함을 줄이려고 주민센터에 가서 예방접종 스티커를 발급받았다. 그래도 QR 코드를 찍어야 하는 곳이 많아 혼자 식당에 가는 것을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개별 자영업자들이 기기의 높이를 낮추는 것을 넘어 모두가 이용하기 편한 방역 패스 방식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승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장애인들은 매번 접종 완료를 인증하기 위해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한다. 장애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지현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자영업자들도 급하게 방역을 위해 준비하다 보니 장애인 이용자 등에 대해 미처 고려하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방역 패스를 위한 기기 마련과 인력 배치 등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방역 패스 적용 대상이 되는 식당·카페 등을 대상으로 체온측정기 등 방역에 필요한 물품 구매비 1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자영업자뿐 아니라 모든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보다 세부적인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방역 패스 관련 장비나 장비 이용법 숙지를 위한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장애인 등 사각지대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도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